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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이야기/세자매이야기

큰 딸과 주고 받은....^^

 

 

아빠,엄마! 저번에 홍콩갔을 때 내가 차마고도 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난 진짜 거기는 사진으로만 보지 못가게 될줄 알았다? 그럴줄 알았었는데 막상 계획짜놓고 보니까 별거 아닌 것 같아보여. 내가 차마고도를 가게될 거라고 상상만 해봤었는데..

좋은 부모님 품에서 태어나서 항상 좋은것만 보고 좋은것만 먹고 좋은것들만 배울 수 있게되서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 한편으로는 그런 좋은 기회들을 너무 우리만 누리는 것 같아서 엄마랑 아빠한테 죄송스럽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항상 언제 졸업하냐고 그러셨는데 벌써 졸업이네. 이제서야 졸업이라는 느낌이 안들고 벌써 졸업이라는 생각이 먼저들어. 시간 겁나빠르지 .

중국에서 보내는 5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 스스로도 많이 성숙해 진 것 같아. 책임감도 강해지고 자립심도 생기고. 근데 혼자 생활하다 보니까 남의 것 보단 내것 챙기기에 급급해서 이기적인 면이 더 강해진 것 같아. 생활환경에 따라서 사람 성격도 달라진다던데 나역시도 많많 변한 것 같고. 그게 좋게 변한면이 더 큰건지 아님 나쁜면이 더 나빠진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20대 초반이라는 시간을 중국에서 보냈는데 막상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난 해놓은게 아무것도 없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나 그동안 뭐했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들어. 남자친구도 못 사귀고 말이야.

항상 고맙고 사랑하는 우리가족들, 내가 중국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외롭고 힘들 때 응원하고 지지해줘서 정말 고맙고 내가 요즘엔 전화도 안하느니 카톡도 안하냐고 뭐라고 해도 그냥 웃자고 괜히 말로만 그러는거지 엄마아빠도 바쁘고 힘든거 아는데 다 이해하지. 이제 한국가면 맨날 보면서 싸울텐데 지금부터 미리미리 연락 뜸하게 해서 그리워하게 만들어야돼 ㅋㅋ 그래야 한국가도 보고싶었던 마음에 덜 싸우지 않겠어?

자, 진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어이없는 복단대학교 제도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아.

나 29일이 졸업인데 28일날 시험이 있어. 우리 졸업식해도 성적이 F가 나오면 졸업 못하지.. 성적이 다 떠야 졸업장이 나와. 그래서 졸업장은 졸업식날 안주고 성적이 다 뜨면 과 사무실에 가서 나 성적 다 떴으니 졸업장 내놔라 해야 줘... 만약에 f가 나오면 1년 학교 더 다녀야되고........한학기가 아니라 1년이래.... 근데 우리학교 성적 늦게나오잖아. 내가 여행갔다가 상해왔을때까지 성적이 나와있으면 되는데 만약에 그게아니라면 9월달에 상해 다시와야돼 졸업장 받으러.. 말그대로 비행기값 40만원 들어가니까 40만원 내고 졸업장 사는거지 뭐.

그리고 HSK 증서도 7월 초에나 나온다는데 상해도착하면 12일이잖아.. 그때가 방학기간이라 사무실 문이 열려있을지 어쩔지도 몰라.

대학원 가려면 졸업증서, 학위증서, 성적증명서가 필요한데 이 세개는 성적이 다 떠야 주는건데 해외학교 졸업자는 영문으로 공증을 받아야한대. 이게 바로된다고 하는애들도 있고 한 3일정도 걸린다고 하는애들도 있어. 근데 문제는 7월 12일에 이 사무실이 문을 여는가가 문제야. 더 중요한건 그때까지 성적이 다 뜨느냐도 문제고..

졸업한다고 가족들 다 상해로 불러놓고 졸업사진 다 찍고 그랬는데 졸업못하면 그게 무슨 꼴임? 학교가 참... 그래서 요점만 간단히 말하면 그런일이 절대로 안 생겼으면 좋겠지만 운이 아주 나쁘면 9월달에 한 일주일정도 상해 다시와야돼.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ㅋㅋ

졸업식 다 하고 그렇게 빨리 상해에 다시오고 싶진 않은데 ㅋㅋ 여행내내 노트북 들고다니면서 수시로 확인해야지 뭐...

그럼 우린 여행 잘 다녀올게~ 백두산 정기 팍팍 받아서 백두산신께 아빠 로또당첨되서 우리가족2000살까지 살게해달라고 빌고올게 ㅋㅋ 사랑하는 우리가족 오늘도 파이팅!!

=== 아빠가 모든 것을 다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진정 가슴으로 사랑하고 있는 딸에게.....

아가야...

네가 보낸 편지를 네 동생이 프린트하여 아빠 책상에 올려 놓더구나.

뭐지? 했단다.

그저 지나가는 편지 중에 하나이려니 하고 크게 생각하는 거 없이 그냥 읽어 내려갔다.

헌데

요즘 아빠 컨디션이 좀 가라앉아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네가 보낸 편지를 읽다 보니까 너를 떠나 보내던 날부터 졸업을 얼마 안 남겨둔 지금까지 어느새 지난 세월이 머리 속에서 스크린되어 한편의 3류영화처럼 주루루룩...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타.

눈물이 흐르는구나. 그래 어쩌겠니? 아빠의 천성인걸...

그동안 많이 흘려서 이젠 좀 줄어들만도 한데 아빤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모르겠다.

지난주부터 내내 방송 촬영이 있었단다.

아빠 다큐물을 찍었지. 서울서 내려와 처음 귀농생활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영상물을 만드는 거야.

KBS에서 방송될 예정이란다.

헌데 어제 마무리 촬영을 하면서 참 많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모르겠다. 그냥 흘러 나오는데 어쩌지 못하겠더구나.

남들이 뭐라하던 고생이라는 생각이나, 농업에 종사하면서 후회하거나 하기 보다는 내게 주어진 일에 열과 성을 다 하면서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생각 뿐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걸어 오게 된 것이 가만 생각해 보니까 눈물이었고, 코피, 땀.... 등등이 엉겨붙어있었던 것이었구나. ^.^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만감이 교차하는 영상물이 머리 속을 훓고 지나가는데 순간 ‘울컥’하면서 고생?, 고생은 아니고 지난 귀농 후 25년이라는 세월이 내겐 참 벅찬 세월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엄마랑 결혼하고 널 얻을 때 이미 아빤 52~3Kg의 몸무게를 가진 헛 사내 입장에서 놓사를 시작했으니 당연 그 세월 속에 묻혀 있는 아빠는 가슴 벅찰 밖에 없을 수도 있잖겠니?

아빤 고생이라던가, 후회라던가 하는 생각은 지금 뒤돌아봐도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네가 태어나고 2번, 3번이 태어나는 동안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서 항상 되새김질 되고 있었단다.

적어도 내 자식들이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아빤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어요?’하고 물을 때 ‘난, 너희들한테 부끄럼없이 열심히 살았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늘 긍정적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려 애써 왔지.

어쨌든 저쨌든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힘은 좀 들고, 지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왔고, 어느새 내 딸이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됬다 싶으니까 이 걸 뭐라 표현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네가 유학길에 오르던 날..........ㅠㅠㅠㅠ...

화장실에 쳐박혀 나오지도 못하고 꺼이꺼이 울던 생각이 지금은 너무 쑥스럽다.

밖에서 ‘아빠, 아빠...’부르며 얼굴을 보려했던 너의 용감함에 맞서지를 못했지. ㅋㅋ..

5년 3개월?

네가 남의 나라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벌써 그리 되었구나.

술 한 잔 마신 날 밤이면 공포감에 사로잡혀 네가 혹시 힘들고, 우울하면서도 애미, 애비 걱정 안시키려고 웃는 목소리로 전화한 건 아닌지, 못된 상황에 쳐하게 되지는 않을런지... 아프진 않은 지, 밥은 잘 먹고 지내는지... 전화 목소리처럼 늘 밝고 명랑한 건지...

잘 가늠할 수가 없었는데...

벌써 이리 졸업을 하게 되고 동생들과 함께 먼 길 여행을 함께 하고 돌아오리라 하니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고, 예쁘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뭐라 딱히 표현할 글들이 떠오르질 않는구나.

가끔, 아주 가끔 울면서 전화를 하는 날은 날밤을 세울만큼 잠 못이룰 수 밖에 없었지만 그 건 잠시잠깐이었단다.

여자 아이 혼자 홀홀단신으로 떠나서 지금까지 짧지 않은 세월동안 어찌 지냈을꼬!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지금도 생각해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단다.

크게 공부를 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적어도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필요하고, 그런 정서적인 부분을 그렇게 강조했던 엄마, 아빠의 사고에 많이 적응해 줘서 고맙다.

맘 속에 여유를 많이 충전해 놓고 생활하도록 하자꾸나.

이해할 수 없기 보다는 입장을 배려해주려 맘 먹는 사람, 내 것이 소중한만큼 남의 것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 가슴으로 이야기하며 진정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애쓰고, 연습하며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스스로도 충분히 ‘행복타 ^.^’라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인생으로 살아가도록 하자꾸나.

눈 감았다가 몇 번 떴더니 벌써 이리 세월 흘러 귀국할 준비를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

사랑하는 딸아.

너와 네 주변의 모든이들이 더불어 함께 건강하고 아름답기를 기원할게.

동생들과 긴 여행 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뜨거운 한 여름날 만나 아빠랑 가벼이 건배 한 잔 하자꾸나.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따알....

사랑한다.

2012. 06. 졸업을 앞둔 1번에게 아빠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