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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이야기/원평허브농원 이야기

한가로운 겨울 들녘 속의 허브농원에서...


참 한가로운 날이다.
간간히 내방하는 분들이 있지만 때론 이렇게 우리끼리 노는 시간도 정말이지 여유롭다.
인상 벅벅  쓰면서, 꽥꽥 소리지르면서 다투는 지, 마는지....
'저러다 싸우지...'하고 염려할라치면 어느새 이렇듯 껴안고 히히낙낙이다.
이런 걸 형제라 하는 거 맞겠다. 싶다.
군사들이 참 사이가 좋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친군지, 언니 동생인지 알바 없다는 듯하다.
2번과 3번이다.
100마디를 나누면 5마디는 소근소근이고 나머지는 몽땅 다 큰 소리다.
지들은 지극히 정상이라 하는데 0번이나 내가 봐서는 영판 쌈질하는 목소리 톤이다. ㅎㅎㅎ....
놈들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하고 좋다. 이쁘다. 아주 많이....


군사들은 옆에서 놀다가 날 새장 안에 가두어 버렸다.
새 모이 먹으면서 같이 살란다. 문 안 열어 준다고..  에궁~~~ ^^
공사를 시켜서 들어갔다가 졸지에 새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0번의 표정. 대수로운 일 아니니 계속해서 하던일이나 마저 하라는...


진짜 안 내보내주려는가 보다.
한 놈이 머리 위에 올라 앉았다.
원숭이들 세계처럼 뭐(?) 골라주려고 하나 보다.
부리로 머리를 살짝살짝 쪼고 않았다. 머리칼 위를 걸어다니는데 그 느낌이 별루다. ^^



엄마랑 같이 놀러온 꼬멩이가 보기엔 신기한 모양이다.
얼른 엄마한테 얘기한다.
뭐라고? 아저씨 머리 위에 새가 앉았다고? 너도 함 해보고 싶다고? 안되에~~~~. 머리에 x싸면 어떻게... ㅋㅋ.


3번이 어디로 빠졌다.
 금새 또 큰 소리가 났었다 보다. 분명 2번의 짓궂은 소리 아니었으면 지나친 장난이다. 대체적으로 늘상 그래왔다.
파트너가 바뀌어서 이 번엔 1번이랑 붙었다.
이 놈들은 세대가 같아서 참 잘 논다. 심하게 주먹질을 하면서도 잘 논다. 같이 돌아다니기도 엄청...
때론 3번이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적절하게 잘 꼬셔서 어울리곤 한다.
어떨 때 보면 '참 신기하다'싶기도 한데, 그 건 내 눈이 남자눈이라 그런 거란다. 
여자들끼린 원래 그렇게 논단다. 지들 말에 의하면...
그래서 신기하게 바라보다가도 그 말이 생각나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고 하곤 한다. ^^
이쁜데 사진이 별루로 나온 것 같다.
내 눈에만 그런가? ㅋㅋㅋ...


1번이 방학동안 들어와 있으면서 여기저기 조금씩 손을 대놨다.
그래서 훨.. 밝아진 공간들이 있다.
주변을 깨끗, 정리해 놓으니까 평시에 그저그랬던 것들이 사진 속에 예쁜 그림이 되었다.


내 맘 같아선 별루다. 너무 억지춘향이라.....
조화를 깡통 안에 넣어서 걸어 놓았다. 생화면 좀 덜할텐데...
저렇게 해 놓고 옆에 와서는 '아빠 이쁘지, 아빠 어때?, 아빠 괜찮아?, 아빠 하지 말까?, 어때어때 응? 말해봐.."
아니 그렇게 쉬지도 않고 말하면서 날 더러 어느 새에 말을 하라는 건지... 후후후후.....
'넌 어떤데?', '난 그냥 괜찮은데..'
웃긴다. 당연히 지 눈엔 괜찮겠지. 왜? 지가 작업해 놓은 거니까... 당연하지 않겠나?
'그럼, 그냥 둬. 나중에 아니다 싶으면 덩굴식물 생화로 심어서 걸어놓으면 훨씬 예쁘겠다. 자연스럽고...'
'알았어'. 하고 또 다른 지 할 일 하러 자리를 뜬다.
진짜 알았다는 건지, 삐친 건지... ㅎㅎ^^. 암튼.. ^^


토끼들 옆에 잘 있던 이 꼬마를 썰렁한 정원 가운데로 떡허니 옮겨 놓았다.
영락없이 꼬마 아이도, 강아지도 외롭고, 쓸쓸하고, 배고파하고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강아지가 아이에게 '혀어엉, 혀어엉... 나 배고파...' 하는 듯하다.
그런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는 꼬마는 강아지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너무 미안한 모양이다. 자기의 능력한계 때문에... ㅎㅎㅎㅎ...
상상이 재밌다.

1번에게 물었다. 야 이놈아, 쟤네들 너무 쓸쓸해 보이잖아? 그냥 그 자리에 두지 왜 저렇게 옮겨놨어?
네 말을 안들어서 내 쫓은 거야? 혼내주려고? 했더니 뭔 말인가 한다.
자기도 애비 얘기를 들으면서 보니 그럴 듯했던 모양이다.
먼 발치에서 따사롭게 들어오는 온실 속의 햇볕을 느끼며 차 한잔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소년의 외롬과 고독함은 열외다.


기다림...
어느 님인가? 오셔서 나를 타고 놀며 즐거워하셔야 하는데.... ㅋㅋㅋ..
미끄럼틀의 기다림이다.
꼬멩이들이 다 어디갔노?
언능 와서 같이 놀아주지. ^^


향기는 거의 없다. 화려하기만 하다.
한 겨울 깊은 속에서 이런 꽃을 볼 수 있다니 한편으론 작은 감사함도 싹튼다.
동네에서 꽃 하는 분이 예쁜 꽃을 갖다 주셨다.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받고는 힐끗하고 말았다.
그런데 군사들이 폐 음료수 용기에 정리하여 이렇게 예쁘게 배치해 놓았다.
푸른 잎만 잔뜩인 요즘에 칼라풀하니 조화가 눈에 신선함을 준다.


한 겨울 깊은 날들은 내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2012년 시작이 어제였나?, 그제였나? 하는데 벌써 일촌광음처럼 한달을 훌쩍 넘었다.
세월.... 이라는 거. 뭐라 말로 표현하기엔 한계를 넘어서 있는 거 같다.
공간, 상상해도 상상할 수 없는, 상상이 되지도 않는 그런 상상의 영역 밖에 있는 공간들 속에서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흐름.
그 속에 하나일 뿐인 오늘.... 도 나는 그저 이렇게 잠시 머물러 있다.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
홧팅!!
오늘도 언제나 긍정하는 마음 많이 갖도록 연습하면서....